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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일거리 생기니 '한숨 대신 웃음꽃'

시흥시니어클럽 2015. 5. 12. 14:34

 

 

 

▲ 60~70대 어르신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아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 시흥시니어클럽 ‘천사랑’ 작업장에 모인 어르신들이 판매할 앞치마방석 등을 만들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추상철기자

 

 

시흥시니어클럽 ‘천사랑’ 작업장 어르신들 경험·기술 십분 발휘
이불·실내복 등 만들어 판매 건강·젊음 되찾아 가족도 응원

나이가 들수록 우리의 손에는 자연스럽게 주름이 생깁니다.

그 주름을 없앤다고 주름제거 크림도 바르고, 병원에 가서 보톡스 주사도 맞지요.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주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지난 세월이 쌓아온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그 안에 담겨 있으니까요.

70~80년대 어려운 시기, 우리네 어머니는 쉴 새 없이 손을 놀렸습니다. 주름이 하나 쌓일 때마다 자식들이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가고, 결혼을 하고, 손주를 봤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누군가에게는 어머니, 누군가에게는 할머니라는 소리를 들으며 주역의 자리는 놓았지만, 여전히 이분들의 마음속에는 열정이 숨 쉬고 있습니다.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6일 각종 봉제 물품을 손수 제작ㆍ판매하는 시흥시니어클럽 ‘천사랑’ 작업장을 찾았습니다. 천사랑은 60~70대 어머님 열 분이 직접 방석과 쿠션, 이불, 실내복, 조끼, 앞치마 등 다양한 봉제 물품을 만들어 파는 곳입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다다다’ 작동하는 재봉틀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군요. 그 큰 소리 사이에 하하 호호 어머님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안에서 본 어머님들은 손주를 둔 할머니의 모습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젊고 아름다웠습니다. 곱게 화장도 하시고, 환한 미소를 띠고 계신 얼굴에서는 젊은이 못지않은 생기가 넘쳐났습니다. 다만 자식들을 키워온 손에 자리한 자글자글한 주름을 보고 나서야 연세를 가늠할 따름이었죠.

갑작스레 방문한 기자를 보고 하던 일을 멈춘 뒤 “아이고 손자 같은 기자가 왔다”며 반기면서도 “머리도 못 만졌는데 이거 예쁘게 보일러나” 하며 연방 거울을 보시는 어머님들의 모습을 보며 소녀의 귀여움을 느꼈다면 과장스런 말일까요. 정말 있는 그대로 “너무 젊어보이신다”고 말씀드렸더니 “이 나이에 웃으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천사랑의 ‘왕언니’ 김종희 할머니(74)께서도 이 즐거움에 벌써 9년째 일을 하시고 계신답니다. ‘잘 나가던’ 젊은 시절 서울의 유명 특급호텔에서 20년을 넘게 세탁부에서 일했던 경험과 기술을 십분 활용해 제작된 앞치마를 완벽한 다림질 솜씨로 펴는 역할을 담당하시고 있습니다.

집에만 있는 것보다 이렇게 일을 하면서 젊음을 되찾았다는 할머니는 “돈 벌어서 손자들에게 할머니 노릇도 좀 하고, 벌써 50이 된 큰딸도 엄마를 응원해주니 얼마나 기뻐”라며 환한 웃음을 보이셨습니다.

이렇게 일을 하며 즐거운 제2의 인생을 열고 있으신 할머니들의 소원은 뭘까요. 역시나 자식, 손주 걱정뿐이셨습니다. 군대에 간 손자가 건강히 제대하기를, 남한테 나쁜 일 하지 말고 착하게 살기를, 손주가 학교를 잘 다니길 바라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한결같은 바람이었습니다.

재봉틀을 돌리고, 다림질을 하고, 재단을 하는 할머니들의 주름진 손에는 이러한 사랑의 세월이 켜켜이 담겨 있었습니다. 어버이날 하루만이라도 주름을 빛나는 훈장으로 간직한 어머니의 손을 잡고 따뜻한 한 마디 전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부모님에겐 억만금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선물입니다.

이관주기자

『경기일보 2015.5.8일자』